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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웹3의 청사진: 대학가 해커톤의 빌더들, 그리고 일상으로 파고든 DePIN

넥스트 웹3의 청사진: 대학가 해커톤의 빌더들, 그리고 일상으로 파고든 DePIN

한국의 블록체인 씬이 단순한 투자 광풍을 넘어 실생활과 맞닿은 실질적인 ‘빌딩(Building)’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초 인프라를 설계하는 대학가의 치열한 아이디어톤부터, 물리적 공간의 데이터를 토큰 이코노미와 엮어내는 스타트업의 파트너십까지 웹3 생태계 전반에서 꽤나 밀도 있는 움직임들이 포착된다.

지난 5월 11일,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 대강당은 차세대 넥스트 금융과 플랫폼의 뼈대를 고민하는 젊은 빌더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글로벌 암호화폐 펀드인 멕스씨 벤처스(MEXC Ventures)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2026 AI &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톤’의 현장이다. 고려대 AI 최고위과정과 정보대학이 주최하고 블록체인 연구소 등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국내 주요 대학에서 무려 317명의 학생이 60개의 프로젝트를 들고나왔다. AI와 블록체인, 혹은 이 두 기술의 융합을 통해 어떤 파괴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 화두였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15개 최종 진출 팀은 8분간의 피칭과 2분간의 질의응답을 통해 창의성, 기술적 완성도,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적용 가능성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특히 이날 멕스씨 벤처스의 부가르(Vugar) 명예회장이 던진 ‘비트코인에서 온체인으로: 다음 세대 금융 시스템의 형성’이라는 기조연설은 행사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L1 및 L2 생태계 투자와 인큐베이팅에 주력하며 톤(TON)과 앱토스(Aptos) 같은 굵직한 혁신을 지원해 온 멕스씨 벤처스는, 2025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의 웹3 개발자 생태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시너지를 통한 성장이라는 이들의 투자 철학이 교육과 청년 혁신이라는 풀뿌리 씬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랩실과 강당에서 쏟아지는 날것의 아이디어들이 웹3의 미래를 스케치하고 있다면, 필드에서는 이미 이 개념을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공간 데이터 전문 기업 ‘헵톤(Hepton)’과 안랩의 블록체인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은 이런 흐름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실사용례다.

헵톤이 밀고 있는 프로젝트 ‘티나(TINA)’는 최근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섹터 중 하나인 DePIN, 그중에서도 지리공간에 특화된 Geo-DePIN 플랫폼이다. 작동 방식은 직관적이다. 사용자가 모바일 앱을 켜고 직접 장소 정보(POI)나 도로, 건물 환경 같은 교통 데이터를 수집하면 그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제공한다. 이렇게 모인 파편화된 데이터들은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물류 고도화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고품질 공간 데이터로 재가공된다. 소수의 빅테크가 독식하던 중앙 집중형 지도 데이터 시장의 한계를 사용자 참여형 네트워크로 깨버리겠다는 도발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접근이다.

여기서 누적 240만 명 이상의 유저풀을 보유한 ABC의 웹3 지갑 ‘클립(Klip)’이 티나 앱에 공식 연동된 것은 신의 한 수에 가깝다. 대중화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던 웹3 특유의 불친절한 온보딩 과정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복잡한 절차 없이도 기존 웹2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공간 데이터를 기여하고 보상받는 루프에 탑승할 수 있게 됐다. 헵톤 서문규 대표가 짚었듯, 안랩이 담보하는 든든한 보안성과 클립의 직관적인 UX가 만났으니 티나 생태계의 확장성과 접근성은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활주로를 확보한 격이다.

새로운 생태계의 안착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자본 및 기술적 인프라 지원과, 밑에서부터 유저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실사용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된다. 대학가 아이디어톤에서 차세대 온체인 혁신을 벼려내는 청년들, 그리고 도로 위 유저들의 발걸음을 가치 있는 데이터 인프라로 치환해 내는 스타트업의 궤적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웹3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