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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을 뛰어넘는 성과급과 1.4나노 공정의 서막: SK하이닉스의 광폭 행보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이익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다가오는 초미세 공정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인재 확보 및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본급의 2964%, 연봉의 1.5배…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사내 공지를 통해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률을 2964%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을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로,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148.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만약 연봉이 1억 원인 직원이라면, 이번 PS로만 1억 4820만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상·하반기 성과에 따른 생산성 격려금(PI) 등을 더하면 총 성과급 규모는 3264%까지 치솟는다.

지급 방식도 파격적이다. 전체 성과급의 80%는 5일에 즉시 지급되고, 나머지는 향후 2년에 걸쳐 나눠 지급된다. 이는 노사 협의를 통해 기존 1000%였던 PS 지급 한도를 폐지하고,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재원으로 쓰기로 합의한 결과다.

이러한 파격 보상의 배경에는 단연 실적 호조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3E(5세대)뿐만 아니라 HBM4(6세대) 공급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올해도 이어져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 원에서 최대 13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기술 만든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이번 보상 체계에 대해 “단기적인 사기 진작을 넘어선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보상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핵심 인재 유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결국 차별화된 보상이 연구·개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7년, ‘꿈의 공정’ High-NA EUV 전쟁이 시작된다

SK하이닉스가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다가오는 기술 변곡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ASML의 차세대 노광 장비인 ‘High-NA EUV’가 본격 도입되는 2027~2028년으로 쏠리고 있다.

니케이 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인텔, 삼성전자, 그리고 SK하이닉스가 High-NA 장비의 첫 도입 주자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차세대 장비는 렌즈 수차(NA)를 기존 0.33에서 0.55로 끌어올려, 1.4나노급 로직 반도체와 10나노 이하 차세대 D램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키(Key)다.

이미 물밑 작업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텔은 지난 2025년 12월, 업계 최초로 High-NA 시스템(Twinscan EXE:5200B) 도입을 완료하고 14A 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인텔은 마스크 제작부터 식각, 계측 등 전 과정을 이 새로운 장비에 맞춰 최적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2025년 말 첫 장비를 인도받아 2나노 파운드리 라인에 투입, 엑시노스 2600 및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의 라피더스 또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7년 회계연도에 2나노 양산을 시작하고, 2029년에는 1.4나노 칩 생산을 목표로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 인근에 최첨단 R&D 허브를 구축 중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진화와 엇갈린 선택들

메모리 업계에서도 High-NA EUV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데이터센터의 HBM 요구 사양이 높아지면서 메모리 공정의 난이도가 로직 반도체 수준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25년 9월 해당 장비를 설치하고 양산 준비에 들어갔으며, 10나노급 6세대(1c) D램 생산 공정에 EUV 레이어를 대폭 늘려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승부수다.

반면,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당 3억 8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장비 가격 대비 생산성 효율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TSMC는 1.4나노 공정 초기 단계에서는 High-NA EUV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용 폭등 시대에 기술 리더십과 수익성 사이에서 기업들이 서로 다른 생존 방정식을 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