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재단과 손잡은 오픈AI, 에이전트 AI 생태계 표준화 주도
오픈AI가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 산하에 ‘에이전트 AI 파운데이션(AAIF)’을 공동 설립하며 AI 에이전트 기술의 표준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번 설립에는 오픈AI뿐만 아니라 앤스로픽(Anthropic), 블록(Block)이 공동 창립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블룸버그, 클라우드플레어 등 업계의 거물들이 대거 지원 사격에 나섰다.
2025년을 기점으로 AI 시스템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비즈니스와 소비자 환경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AAIF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방적이고 상호운용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중립적인 관리 기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오픈AI는 이번 출범과 함께 에이전트에게 프로젝트별 지침과 맥락을 제공하는 개방형 포맷인 ‘AGENTS’를 기증하며 장기적인 커뮤니티 지원과 기술 도입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러한 표준화 움직임은 AI 에이전트 시장이 파편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공통된 규약과 중립적인 거버넌스가 없다면, 향후 에이전트 개발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폐쇄적인 형태로 갈라져 기술의 안전성과 이동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오픈AI는 Agents SDK, Apps SDK 등을 공개하고 앤스로픽과 함께 모델 맥락 프로토콜(MCP)을 도입하는 등 개방형 프로토콜의 실효성을 입증해왔으며, 이번 AAIF 설립은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소프트웨어의 연대, 하드웨어의 부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기업 간의 연대가 공고해지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인프라 구축 현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로 인한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오픈AI의 핵심 인프라 파트너인 오라클(Oracle)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는 기술 발전의 이면에 자리한 재무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오라클은 오픈AI와 맺은 3천억 달러(약 420조 원) 규모의 계약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격적으로 넓혀왔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기존 강자들과 경쟁하며 생성형 AI 구동에 필수적인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핵심 공급자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수주는 오히려 오라클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픈AI 의존도 심화와 재무 건전성 우려
시장에서는 오라클의 막대한 자본 지출(CapEx) 상당 부분이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제는 오픈AI가 5천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상태라는 것이다. 2030년까지 1조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픈AI가 과연 이러한 자금 조달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오라클의 주가와 채권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대규모 수주잔고 발표 이후 36%나 급등했던 오라클의 주가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으며, 채권 보유자들의 부도 위험 헤지 수단인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AI 붐에 따른 기대감보다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빚을 늘려가는 오라클의 재무 구조와 특정 고객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적 발표 앞둔 오라클, 시장의 신뢰 회복할까
번스타인의 마크 모들러 애널리스트는 이번 오라클의 분기 실적에 대해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구축의 펀더멘털과 그것이 재무에 미칠 영향에 집중할 것”이라며, 오픈AI 계약이 전례 없는 수준의 단일 고객 매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 측은 2030 회계연도까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1,6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며, 메타(Meta)와의 200억 달러 규모 신규 계약 등을 언급하며 고객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데이터 분석 기관 비지블 알파(Visible Alpha)에 따르면 오라클의 9~11월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전 분기 대비 가파르게 성장해 7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설령 오픈AI가 실패하여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오라클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인프라 확장을 축소하고 일부 계약을 손실 처리하며 부채 상환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통합과 하드웨어 투자의 리스크가 공존하는 현재, AI 산업은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